2018.12.28 10:49
치과학문을 배우면서 가장 놀라왔던 것 중의 하나가 입안에 세균이 하나도 없는 것보다 어느 정도는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구강을 비롯한 소화기관은 여러 이유로 세균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사실 소화기관은 인체내부에 있지만 외부와 통하는 터널이라는 점에서 몸 밖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몸에 이롭거나 적어도 해롭지 않은 세균은 적당량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우리가 몸에 좋다고 섭취하는 ‘유산균’도 ‘세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입안의 세균이 늘 신경 쓰이고, 세균을 삼키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종 가글-소독액으로 입안의 세균을 박멸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매우 위험하오니 절대 금물입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구강 내는 세균이 살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구강건강에 이로운 세균이 적당량 분포해야 구강건강에 해로운 세균이 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구강건강에 이로운 세균은 살고, 해로운 세균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입안을 소독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이러한 환경은 제대로 된 치솔질, 구강청결도구의 정확한 사용, 정기적이고 꼼꼼한 스케일링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치주질환에 이환되어 있는 사람은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좋아하는 환경은 산소가 잘 닿지 않는 깊고 평활한 면을 가진 곳입니다. 치아의 뿌리는 이러한 세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잘 만족시켜 주는데 치아와 잇몸 사이의 틈새가 조금만 깊어지면 이 세균들은 그 틈을 파고들어 점점 더 깊고 넓은 틈을 만들어 결국은 치아를 잇몸으로부터 분리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들이 심장혈관과 뇌혈관 심지어는 태반에서도 발견된다는 연구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습니다. 소화기관이야 몸 밖과 연결된 터널이기에 세균들이 있을 수 있지만 혈관은 몸 안인데 어떻게 입안의 세균이 발견될 수 있을까요?
심한 치주질환의 경우, 헐어있는 잇몸 상피조직의 면적이 대략 손바닥 하나의 크기라고 합니다. 손바닥만한 면적의 피부가 벗겨져 있다면 그 벗겨진 속으로 각종 세균들이 얼마나 많이 침입을 할까요? 다행히 입안의 잇몸조직은 혈관분포가 풍부하고 면역력이 강해 침입하는 세균을 손바닥조직보다는 훨씬 잘 처리하고 있지만 모든 세균을 다 처리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치주질환은 엄밀히 말해서 세균의 독성에 의해서 심해진다기 보다 세균의 독소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과격하게 반응해서 심해지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과격한 면역반응을 비유하자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 라는 속담과 비슷할 것입니다. 세균이 내 뿜는 작은 독소에 면역시스템이 괜히 흥분해서 어마어마한 방어물질을 내뿜는데 이 방어물질들이 오히려 우리 인체의 조직(잇몸뼈)을 녹이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치주질환의 특성은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죽상동맥경화와도 비슷한 양태를 띄는데 죽상동맥경화 또한 세균의 독소에 비정상적으로 과격하게 반응하는 면역 시스템에 의해 혈관벽이 파괴되며 각종 플라그들이 쌓이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쌓이는 플라그(혈전)가 혈관벽에서 떨어져 나와 심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을 일으키고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일으킬 것입니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의 특징이 공기를 싫어하고, 평활한 면을 좋아하며, 바이오필름이라는 군집을 이루고, 항생제가 잘 듣지 않으며, 내 뿜는 작은 독소에도 인체는 매우 큰 면역반응을 일으켜 스스로 망가진다는 점인데 이러한 부분이 심혈관질환의 양태와 매우 유사하고, 치주병이 심한 환자에 있어서 관상동맥의 내벽 두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두꺼운 동시에 심혈관질환의 발병율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혈관벽에서 발견되는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의 수가 많을수록 혈관벽이 두껍다는 점에서, 최근 치주질환과 심혈관질환의 상관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관성에 대해 심장전문의와 치주과 전문의 사이에서도 아직 이견이 분분하지만 심혈관질환(협심증/심근경색 등)이나 뇌혈관질환을 앓는 환자들 중에서 치주질환이 심한 분이 있다면 잇몸치료를 꼭 받기를 권합니다.
잇몸치료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심장에 특정 질환이 있는 분들은 출혈이 있는 치과 치료(스케일링/ 잇몸수술/ 발치)를 받을 때 항생제를 미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점입니다. 대개 시술 1시간전과 시술 6시간 후에 다량의 항생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정확한 사항은 해당 내과의사와 치과의사의 협진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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